펄스옥시미터 | MD
펄스옥시미터 : 들어가기 전에
펄스옥시미터는 현재 가장 친숙한 의료기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특히 운동 분야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기도 합니다.
*JBO (Journal of Biomedical Optics) 저널에 기고된 논문 중 Ninety years of pulse oximetry: history, current status, and outlook (혈중산소포화도측정법 90년의 : 역사와 현재 그리고 전망 )이라는 리뷰 논문을 참고 및 인용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위에서 언급한 논문의 내용의 일부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경험과 견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Ninety years of pulse oximetry: history, current status, and outlook
펄스옥시미터 : 관련 업계 종사자의 소회
의료기기에 관련된 학부전공, 현재는 관련업에 종사하면서, 많은 의료기기들을 가까이에서 보고 접하고 있음에도 드는 의문은
‘내가 아는건 전체의 10%는 될까?’
알고있던 의료기기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개선되고, 기능이 추가되고, 다른 기술과 접목되어 새로운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고.
원래는 다른 분야의 기술 이었지만, 의료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의료기기로 등장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때로는 새로운것에 대한 습득에도 벅차다는 이유로 가장 흔하고 당연시 했던 것들에 대해서는 소홀할 때가 많은데,
‘당연하고 기본적인 그런 것들에 대해서 내가 잘 알고 있었나?’ 라는 질문을 가끔 제 스스로에게 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마침 현재 의료에서 가장 기본시되는 의료기기 중 하나인 펄스옥시미터에 대한 리뷰 논문을 우연치 않게 보게 되었고,
내 경험을 더한 글을 써봐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펄스옥시미터 : 시작
pulse oximetry는 지금으로부터 50년전 일본의료전자및생물공학회에서 처음 발표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시점부터 혈액내 산소량을 측정해 호흡기관으로 산소가 우리 몸에 적정량이 공급되고있는지를 ‘비침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맥박산소측정법(줄여서 PO)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중증환자나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선 환자의 바이탈 모니터링은 더욱 중요한데, 누구나 그렇듯 아플 때 주사에 찔리는 것조차 싫어할 만큼 ‘침습적’인 방법이 의료에 있어서는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이 많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이 비침습적인 방법의 등장은 마취 및 집중치료에 있어서 환자안전에 혁명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특히 신생아에서 피를 뽑지 않고도 산소포화도를 볼수있게 되었을테니 신생아실에 있어서는 센세이션이 아니었지 않을까 싶네요.
PO는 현대 의료에 있어서 기본적인 필수 부분이 되었고, 생리학적 모니터링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또한 Covid19 펜데믹 기간을 거치면서 의료 분야에 산소포화도와 심박수 측정은 더욱 일반화 되었다고 봅니다.
펄스옥시미터에 대하여 : 원리
PO의 뿌리는 공기에 노출된 결정화된 헤모글로빈의 스펙트럼 변화를 연구한 186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이로부터 PO의 개발까지는 생화학자, 엔지니어, 물리학자, 생리학자 그리고 의사모두의 노력이 필요했고 결국 기술의 실용화는 기술이 제안되고나서 시간이 많이 흘러서야 이루어질 수 있었습니다.
1864년부터 학계에 발표되는 1974년까지 110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PO는 기본적으로 동맥혈의 산소포화도 (SpO2)와 심박수를 측정할 수 있는 비침습적 방법인데,
연구자들은 혈액이 붉은빛과 적외선을 다르게 흡수하는 차이점을 이용해 산소포화도측정기를 개발 할 수는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는 아마 당시 기술로는 노이즈(잡음)를 처리할 방법이 부족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 되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끝내 그 노이즈 문제를 해결해서 정확하고 간편하게 만든 장비를 처음으로 개발한 사람이 일본의 다쿠오 아오야기(Takuo Aoyagi) 이고, 니혼코덴(Nihon Khoden)에 근무하던 그는 1972년에 이 기계를 발명하여 회사는 1975년에 특허를 신청해 1979년 승인을 받게 되었습니다.
다쿠오 아오야기님은 2020년 4월에 타계 하셨다고 하네요.
니혼코덴은 지금도 많은 종류의 의료기기를 제조하는 유명한 회사입니다. 승인 받은 펄스옥시미터의 최초가 니혼코덴인지는 저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아본 바로는 산소포화도 측정기는 1987년이 되서야 미국에서 전신마취수술을 해야할 경우에 처음으로 적용 되었다고 하니, 실제 보급된 역사는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습니다.
시간을 고려해 보면 의사중에 인턴 시절에 산소포화도 측정기를 써본적이 없다고 하실 의사들도 여전히 많을 거 같네요.
측정 원리를 설명하기에 앞서 마침 제가 니혼코덴의 환자감시장치에 사용되는 pulse oximeter sensor의 손가락 고정 장치부의 고장을 수리하려고 잠시 센서부를 탈거 했던 사진이 있습니다.
원리를 간단하게 기술하자면, 산소포화도 측정장치는 두 개의 서로 다른 파장의 빛을 손끝에 대어 말초혈액의 산소포화도를 측정합니다. 두 개의 광원으로부터 발생한 붉은색(660nm)과 적외선(IR, 940nm)을 손가락의 가는 동맥에 통과 시키고 흡수되고 나온 빛의 비율을 센서가 측정하여 혈관 내 산화헤모글로빈과 헤모글로빈의 흡광도의 차이를 나타냅니다.
이게 무슨말인고 하면, 실물을 위에서 보셨으니, 아래 리뷰논문에서 발췌한 그림을 함께 보면 이해가 더 쉽겠죠?
위 그림에서는 손가락을 기준으로 손톱쪽에 660nm와 940nm를 내는 발광부, 그리고 반대편이 손가락을 통과한 빛을 받아들이는 수광부(디텍터)로 된 구조입니다. 저 부분만의 각 파장에 따른 빛의 산란 분포를 보면 오른쪽의 그림으로 나타납니다.
그리고 시간에 따른 흡수 변화 그래프를 그려보면 위처럼 나타나는데, 여기서 전기,전자 쪽을 해보신 분들이나 전기에서 직류와 교류를 들어보신 분들이라면 의미를 이해하기 쉬울 텐데요, 피부와 뼈, 조직에서 흡수되는 고정된 일정한 흡수량(일정한 신호성분)은 DC 성분이라고 부르고 , 요동친다고 할까요? 계속 변화하는 맥동 부분만을 구분하여 이를 AC 성분 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을 가질 분들이 있을것도 같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그래 뭔지는 알겠어, 그런데.. 왜 하필 660nm와 940nm 야? 다른건 안되는거야?”
이에 답하기 위해 저도 이제 학부 이론 수업에 대한 기억이 흐릿 한데요.
일단, 이 글을 쓰는 과정에 정확하게는 찾아보진 않고 리뷰 논문의 그래프 하나를 인용해서 보여 드리자면,
반.드.시 660nm와 940nm를 써야만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실험적 결과로 660nm와 940nm 파장의 빛을 사용하였을 경우 헤모글로빈 흡수 스펙트럼상 그 차이가 가장 뚜렷하여 산소포화도와의 상관관계 및 정밀도 측면에서 최적이었기에 선택된 파장입니다.
위 스펙트럼 그래프에서 보면 헤모글로빈은 산소를 가지고 있는 산소헤모글로빈(O2Hb) 일 때와, 탈산소헤모글로빈?(HHb) 일 때 서로 다른 광학적 차이를 보이는데요,
660nm는 가시광선 중 붉은색 파장인데, 이 파장대에서는 HHb가 O2Hb에 비해 광흡수율이 높지만, 940nm에서는 반대로 나타나고 이 두 파장대에서 서로간의 흡수율 차이가 가장 큰 특성을 보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특성을 이용해 비어-람베르트법칙 (물질들이 빛의 흡수과정에서 입사광과 투과광의 강도의 비율은 그 물질의 성질에 따라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법칙) 을 기본으로 하여 특정 파장에서 인체에 조사된 입사광세기에 대한 투과광세기의 비로부터 조직내에 존재하는 원하는 성분에 의해 흡수된 광량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펄스옥시미터에 대하여 : 관련된 제조사 또는 인물
리뷰 논문에는 연대순으로 PO 개발에 대한 개요가 굉장히 상세하게 기술되어 있지만,
저는 일부 추려서 펄스옥시미터 제조사, 대표적 모델, 그리고 인물을 간략하게 짚어보려 합니다.
따라서 더 자세하게 알고 싶으시다면 리뷰논문을 읽어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1937년 : Alrick B. Hertzman (생리학자. 세인트루이스 대학)
처음으로 photoplethysmogram (광용적맥파측정) 을 관찰해서 photo-electric plethysmograph (광전혈량측정) 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냄.
현재 PPG(Photoplethysmography, 광용적맥파측정) 으로 불리는 기술.
1940년~1942년 : Millikan (미국의 생리학자)
oximeter (옥시미터, 산소측정기) 라는 용어를 처음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72년 : 전기공학자인 Arnon Cohen(미국 코네티컷주 스토리지 소재 코네티컷 대학교)
LED를 광원으로 활용한 최초의 산소농도측정기
1973년 막스 플랑크 시스템 생리학 연구소의 Dietrich Werner Lübbers
생체 조직의 반사 산소 측정을 위한 수학적 모델을 개발하여 피부 색소 침착 문제를 극복
1974년 Hewlett-Packard (휴렛패커드 사)
최초의 상업용 8 파장(650~1050nm) 광섬유 귀 탐침 산소농도 측정기 (모델 47201A) 제작
1972년 아오야기 다쿠오(Takuo Aoyagi, 1936~2020) , Nihon Kohden Corporation (니혼코덴)
오늘날의 PO의 개념 제시
1977년 Minolta (미놀타)
OXIMET Met-1471 pulse oximeter
여담이지만, 현재는 코니카에 흡수 합병 되어 코니카미놀타로 존재하는 회사이고, 카메라로 유명한 회사였는데, 현재는 카메라 사업을 소니에 팔아서 현재 소니는 미러리스 카메라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1979년 Biox Technology Inc.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고 포토다이오드를 이어클립의 감지기로 사용하는 최초의 상업용 PO를 개발
이 시기부터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통합으로 경험적 교정과 정확성이 향상되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 오사카 대학 병원
선형성이 좋고 측정 오류가 적은 핑거센서를 개발하였으나, 손가락 움직임에 취약한 단점.
1980년 Ohmeda
Biox II pulse oximeter
Ohmeda라는 회사는 British Oxygen Company의 의료 그룹인 Ohmeda 였습니다.
지금은 GE의 자회사로 GE Datex Ohmeda 라는 회사가 되어있습니다.
GE에 합병되기 이전부터 pulse oximeter를 포함하여 , 마취기도 개발하는 회사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보는 Ohmeda의 펄스옥시미터 중에는 TRUSAT이 있습니다.
1981년 Nellcor
수술실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초의 손가락 PO 장치를 출시
1983년 Nellcor
N-100 pulse oximeter
Nellcor라는 회사는 오늘날 좀 복잡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997년 Mallinckrodt Inc.에 인수었는데, 2000년에 Mallinckrodt는 Tyco International Ltd.에 인수되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에 Covidien 이라는 회사가 상장하면서 Nellcor를 취급했고, Masimo와 함께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2015년에 들어서는 Covidien은 의료기기의 공룡 제조사.. 메드트로닉(Medtronic)에 합병되어 있습니다.
조금 복잡하죠? 결국 메드트로닉의 손자 회사 처럼 된 상태인데 펄스옥시미터 모델엔 Covidien product라고 해놓고 모델명엔 NellcorTM이 붙어서 나오는 특이한 상태입니다.
현재도 다양한 펄스옥시미터 모델을 출시하고 있고, N-560 이라는 모델은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인 메디아나에서 제조하는 .. 여튼 좀 특이합니다.
여러 환자감시장치 제조사가 SpO2 finger sensor로 Nellcor의 센서를 호환하는 모델을 다수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만큼 pulse oximeter 업계에서는 인지도가 높은 회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1986년 Nonin Medical Inc.
Nonin Medical Inc. 이라는 회사가 설립. 첫번째 모델인 8604를 출시하였습니다.
현재에도 있는 제조사고, 요즘엔 주로 손가락 집게형 형상의 pulse oximeter를 제조합니다.
1988년
의료용 PO 장비의 안전성과 성능에 대한 PO에 관한 국제 ISO 표준(IES 60601-1:1988)이 발효
1989년 Masimo
Masimo 회사 설립.
이 마시모라는 회사도 굉장히 유명한 제조사 중 하나입니다. 펄스옥시미터 관련하여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Nellcor 처럼 다른 환자감시장치 제조사들도 마시모 센서를 호환하는 옵션을 함께 제조하여 판매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시모는 주로 측정 기술에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측정부위가 움직이는 경우에도 정확한 측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기술(SET low perfusion technology)을 개발하여 FDA 510(k) 승인을 받는다던지,
Rainbow SET 이라는 기술로 최초의 다중파장펄스 기술을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기술개발을 열심히 하는건 좋은데, 그덕에 모델 라인업이 너무 많고(손목시계형까지 있습니다), 그에 따른 액세서리도 전부 달라서
(특히 커넥터 형상을 모델마다 다르게 뽑아서 결국 모델별로 그에 맞는 센서를 다르게 구입해야 하는데요, 저는 펄스옥시미터계의 인텔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인상을 받았습니다)
2005년
이전 표준인 ISO 60601-1:1988은 의료 환경에서 사용되는 PO 장비에 대한 특정 안전 및 성능 요구 사항을 규정하는 ISO 9919:2005로 대체
2020년
COVID19 팬데믹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습니다. COVID19로 관련된 PO의 적용은 귀중한 진단 및 모니터링 도구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됩니다.
또한 미세혈관 혈전증 평가에 진단적 가치가 있다고 합니다.
몇 가지 기술적인 이슈
광학 기술을 이용한 기기들은 대게 노이즈나 외부 요인에 좀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한 편입니다.
일단은 측정의 정확성은 피부 관류, 피부 온도, 피부 두께, 빈혈, 기능 장애가 있는 Hb의 존재, 피부 색소 침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종에 따라서도 다른 결과를 가지기도 하여 흑인 환자에게는 기준을 좀 다르게 적용 해야 할 필요가 있고 (광원의 스펙트럼 대역폭 때문), 피부온도는 약 섭씨 33도 일 때가 가장 측정치가 좋으며, 매니큐어 역시 영향을 준다고 합니다.
현재 그리고 미래
오늘날 펄스옥시미터는 웨어러블 기기에 접목되면서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되었고, 비교적 흔한 기술이 되었습니다. Garmin , Apple, Samsung 의 워치형에 탑재되어 있기도 하고,
최근엔 반지형태로도 출시되는가 하면, 마시모는 마시모 자체 의료용 기술과 동일한 수준의 처방이 필요없는 휴대용 산소포화도 측정기와 유아용을 위한 양말형 까지 출시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형태는 아직까지 완벽한 정확도를 보장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이러한 바이탈 모니터링 기술이 녹아든다면, 최근 의료의 트렌드가 ‘예방, 예측’ 이라는 점을 볼 때,
어느정도의 신뢰성만 확보된다면 없는것보단 낫지 않을까 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실제로도 웨어러블 기기에 심방세동 측정 기능이 있어서 위급한 상황에서 목숨을 구했다는 사례도 종종 알려지고 있으니까요.
펄스옥시미터에서 아직 피부 색소에 대한 편향은 여전히 해결 해야 될 과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려는 시도와 수요가 많아진 만큼 의료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예전보다 더 활발해질 것은 분명하기에 지금까지 거쳐온 시간보다는 훨씬 짧은 기간 안에 해결될 가능성은 높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으셨을까요?
또 기회가 된다면 다른 의료기기의 히스토리나 재미있을 만한 주제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추천을 해주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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